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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Opinion] 소설의 변신은 무죄 [도서/문학]


출처: 아트 인사이트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75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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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정민을 좋아한다. 정확히는 배우로서의 그도 좋아하지만, 말과 글을 아끼는 한 인간으로서의 그를 좋아한다.


그는 <쓸 만한 인간>, <요즘 쓰는 맛>, <쓰고 싶다 쓰고 싶지 않다> 등 직접 작가로 참여한 에세이 서적도 여럿 있고, 문학동네의 '우리는 시를 사랑해'라는 뉴스레터 필진으로서 문학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코로나19의 여파가 오기 전까지 상수역 부근에서 서점 '책과 밤,낮'을 운영하며 책방 사장님 노릇을 했던 그는, 2020년에는 급기야 출판사 대표님이 되었다.


무제. 제목 없음. 박정민이 운영하는 출판사 '무제'는 이름이 없는, 세상의 소외된 존재들을 위한 책을 소개하는 출판사다. 동물, 여성 등의 이야기를 섬세하게 담아낸 무제의 첫 번째 책 <살리는 일>과 두 번째 책 <자매일기> 역시 인상적으로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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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세 번째 책 <첫 여름, 완주>가 세상에 나올 준비를 하고 있다. 이 소설은 무제의 '듣는 소설' 프로젝트 첫 주자이기도 하다.

 

박정민은 이전에도 자신이 만든 책뿐 아니라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등 유명 도서의 오디오북 낭독에도 종종 참여하며 해당 분야에 관심을 표해왔다. 시력을 잃으신 아버지를 생각하는 마음을 몇 차례 언급하기도 했다.

 

더 나아가 이번 책은 처음부터 '듣는 소설'로 기획되었다. 기존 '오디오북'과의 차이점은 단순 낭독이 아니라는 것이다. 마치 희곡이나 시나리오처럼 묘사보다는 대사가 많으며 실제 배우들이 역할을 나누어 연기한다. 고민시와 김도훈이 주연을 맡았고 조연 역시 염정아, 최양락, 김의성 등 화려한 라인업을 자랑한다.

 

물론 종이책으로도 출간될 예정이지만, 이 소설의 정수를 느끼려면 읽기보다는 듣기를 택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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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차이는, 보통 종이책 출간 이후 오디오북이 만들어지는 것과는 달리 이 책은 오디오북으로 먼저 출시된다.

 

국립장애인도서관 사이트에서 시각장애인 독자 한정으로는 이미 공개가 되었고, 다가오는 4월 28일에는 오디오북 앱 '윌라'에서 단독 공개되며, 종이책 출간은 4월 30일로 예정되어 있다.

 

4월 초 국립장애인도서관에 공유가 된 것을 보며, 책 내용이 너무나 궁금한데 볼 수 없어서 답답했고 남은 한 달이 길게 느껴졌다. 그동안 시각장애인 독자들은 이런 기분을 얼마나 오래 느껴야 했을까. 반성이 되고, 무제의 의미 있는 프로젝트에 감사하게 되었다.


꼭 무제의 신간이라서, '듣는 소설' 프로젝트라서가 아니라 <첫 여름, 완주>는 그 자체로도 기대되는 작품이다. 한국 문학계를 아끼는 한 독자로서, <너무 한낮의 연애>, <대온실 수리 보고서> 등으로 유명한 김금희 작가의 새로운 이야기가 궁금하다. 꽃이 다 떨어지고 길에서 점점 초록이 많이 보이는 요즈음, 다가오는 초여름과 어울리는 한 편의 소설을 모두에게 권하고 싶다.


박정민은 올해 배우보다 출판사 일에 집중하겠다고 선언하였듯, '듣는 소설' 프로젝트는 이후로도 계속 이어질 예정이다. 누군가의 진심 곁에 서는 일은 언제나 반갑고 기쁘다.

 

<첫 여름, 완주>에게, 무제에게, 정민에게 아낌없는 응원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