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https://www.readers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13799
소리소리마소리의 첫 번째 오디오북에 낭독 봉사로 참여한 배우 박정민. [사진=유튜브 '한국장애인재단' 캡처]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내 시각장애인 수 25만2천여명 중 점자 도서를 이해하는 인구는 전체의 5%도 되지 않는다. 반면 시각장애인의 오디오북 이용률은 80%에 달한다. 그만큼 시각장애인의 오디오북 수요는 높다. 하지만 높은 제작비용 등의 이유로 오디오북은 충분히 마련되고 있지 않다. 오디오북뿐만 아니라 독서 소수자인 시각장애인을 위한 대체도서는 도서 출판량 대비 7.6%에 그친다. 미국(36%), 영국(34%), 일본(30%)에 비하면 매우 적은 수치다. 비장애인이 읽고 싶은 책을 쉽게 구해 읽을 때, 시각장애인은 먼저 그 책이 대체도서로 마련되어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박정민 배우는 약 3년 전 소리소리마소리의 첫 번째 오디오북 탄생에 낭독 봉사로 참여했다. 소리소리마소리는 한국장애인재단과 알라딘커뮤니케이션이 함께 시각장애인을 위한 오디오북을 제작하는 프로젝트다. 그는 낭독 봉사자 모집 홍보 영상에서 “누군가를 위해 나의 재능을 기부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뿌듯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신의 아버지가 시각장애인이라고 고백하며, ‘어떻게 하면 나와 가장 가까운 내 가족에게 책을 선물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좋은 기회로 참여하게 됐다고 낭독 봉사 참여 취지를 설명했다. 그 자신이 너무나도 좋아하는 책을 사랑하는 사람과 나누고 싶어서 시작한 활동인 것이다.
출판사 '무제'가 출간한 책들.
이런 배경이 있어서일까. 그가 운영하는 일인출판사 ‘무제’ 역시 시각장애인을 위한 오디오북을 제작하고 있다. 다만 기존의 오디오북처럼 성우가 그냥 읽어주는 방식이 아니라, 본인의 자원인 주변 배우들을 섭외해 라디오 드라마처럼 생생하게 연기하는 방식으로 만들고 있다. 이를 위해 그는 『너무 한낮의 연애』, 『오직 한 사람의 차지』 등의 소설을 집필한 김금희 작가에게 ‘대사가 많은 소설책을 써 달라’고 의뢰했다. 소설은 종이책이 아닌 오디오북 형태로 먼저 발표하며, 오디오북으로 발생하는 수익금은 장애인재단에 기부할 예정이다.
무제는 그간 두 권의 책을 출간한 작은 출판사다. 첫 번째 책은 『살리는 일』이라는 에세이로, 동물권을 다루고 있다. 10여 군데 길고양이 급식소를 운영하는 ‘캣맘’ 박소영 작가가 동물을 사랑하고 살리는 일을 이야기했다. 그에 따르면 밥을 먹이고, 고통으로부터 보호하는, 생명을 ‘살리는 일’이 바로 사랑이다. 저자에게는 든든한 동지가 있는데, 바로 동생 박수영이다. 두 자매가 함께 동물 구호 활동의 뒷이야기를 풀어낸 에세이가 무제의 두 번째 책, 『자매일기』다. 첫 책과 두 번째 책으로 출판사 무제의 정체성은 이미 만들어지고 있었다. 그것은, ‘소외된 것들’, ‘이름 없는 것들’에 관한 이야기로, 사람들이 애써 보지 않으려는 영역에 관해 말할 기회를 주는 것이다.
출판사 운영 이유를 밝히는 배우이자 출판인 박정민. [사진=유튜브 '편집자K' 캡처]
이미 많은 이에게 사랑받는 배우이면서, 왜 출판사를 운영하는 걸까? 이에 대해 그는 “굉장히 재밌다”며 출판사를 운영하는 이유를 밝혔다. 재미있는 것을 만들어 남들에게 소개하는 걸 즐기는데, 영화는 제작비가 너무 많이 들고 책 정도면 만들어볼 수 있겠다 생각했다고. 첫 책을 낼 때는 자신의 인지도를 이용해 출판계에 쉽게 진입하지 않으려 일부러 배우 박정민의 출판사라는 것을 알리지 않았지만, 두 번째 책을 내면서부터는 자신을 믿고 글을 맡긴 작가들을 위해서라도 어떻게든 책을 알려야겠다는 쪽으로 생각이 바뀌었다고 한다. 사실 박정민은 에세이 『쓸 만한 인간』을 낸 작가이며, 적자를 감수하며 책방을 운영한 적도 있는, 연예계에서는 제법 알려진 애서가다. 그런 그에게 책의 형태로 하는 또 다른 창작인 출판은 매력적인 선택지이자 당연한 수순이었을지 모른다.
박정민은 지난 10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전, 란>을 통해 관객들을 만났다. 조선 최고 무신 집안의 아들 종려 역을 연기한 그는 역시 본업 잘하는 배우답게 사극 말투와 칼을 다루는 액션 연기까지 자연스럽게 소화했다. 2024년에만 세 편의 작품에 참여했다는 그가 올해는 연기를 쉬고 출판사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을 전했다. 쉬지 않고 연기해 온 자신에게 이제는 ‘채집’의 시간이 필요하다며, 배우로서도 잘 나갈 자양분을 쌓고 출판사도 궤도에 올리기 위해 힘써볼 생각이라고. 앞으로 그가 무제를 통해 또 어떤 이야기들에 빛을 비출지 기대한다.
<전, 란> 속 박정민. [사진=넷플릭스]
[독서신문 이자연 기자]
출처 : 독서신문(http://www.readersnews.com)
출처: https://www.readers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13799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내 시각장애인 수 25만2천여명 중 점자 도서를 이해하는 인구는 전체의 5%도 되지 않는다. 반면 시각장애인의 오디오북 이용률은 80%에 달한다. 그만큼 시각장애인의 오디오북 수요는 높다. 하지만 높은 제작비용 등의 이유로 오디오북은 충분히 마련되고 있지 않다. 오디오북뿐만 아니라 독서 소수자인 시각장애인을 위한 대체도서는 도서 출판량 대비 7.6%에 그친다. 미국(36%), 영국(34%), 일본(30%)에 비하면 매우 적은 수치다. 비장애인이 읽고 싶은 책을 쉽게 구해 읽을 때, 시각장애인은 먼저 그 책이 대체도서로 마련되어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출판사 '무제'가 출간한 책들.
박정민 배우는 약 3년 전 소리소리마소리의 첫 번째 오디오북 탄생에 낭독 봉사로 참여했다. 소리소리마소리는 한국장애인재단과 알라딘커뮤니케이션이 함께 시각장애인을 위한 오디오북을 제작하는 프로젝트다. 그는 낭독 봉사자 모집 홍보 영상에서 “누군가를 위해 나의 재능을 기부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뿌듯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신의 아버지가 시각장애인이라고 고백하며, ‘어떻게 하면 나와 가장 가까운 내 가족에게 책을 선물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좋은 기회로 참여하게 됐다고 낭독 봉사 참여 취지를 설명했다. 그 자신이 너무나도 좋아하는 책을 사랑하는 사람과 나누고 싶어서 시작한 활동인 것이다.
이런 배경이 있어서일까. 그가 운영하는 일인출판사 ‘무제’ 역시 시각장애인을 위한 오디오북을 제작하고 있다. 다만 기존의 오디오북처럼 성우가 그냥 읽어주는 방식이 아니라, 본인의 자원인 주변 배우들을 섭외해 라디오 드라마처럼 생생하게 연기하는 방식으로 만들고 있다. 이를 위해 그는 『너무 한낮의 연애』, 『오직 한 사람의 차지』 등의 소설을 집필한 김금희 작가에게 ‘대사가 많은 소설책을 써 달라’고 의뢰했다. 소설은 종이책이 아닌 오디오북 형태로 먼저 발표하며, 오디오북으로 발생하는 수익금은 장애인재단에 기부할 예정이다.
무제는 그간 두 권의 책을 출간한 작은 출판사다. 첫 번째 책은 『살리는 일』이라는 에세이로, 동물권을 다루고 있다. 10여 군데 길고양이 급식소를 운영하는 ‘캣맘’ 박소영 작가가 동물을 사랑하고 살리는 일을 이야기했다. 그에 따르면 밥을 먹이고, 고통으로부터 보호하는, 생명을 ‘살리는 일’이 바로 사랑이다. 저자에게는 든든한 동지가 있는데, 바로 동생 박수영이다. 두 자매가 함께 동물 구호 활동의 뒷이야기를 풀어낸 에세이가 무제의 두 번째 책, 『자매일기』다. 첫 책과 두 번째 책으로 출판사 무제의 정체성은 이미 만들어지고 있었다. 그것은, ‘소외된 것들’, ‘이름 없는 것들’에 관한 이야기로, 사람들이 애써 보지 않으려는 영역에 관해 말할 기회를 주는 것이다.
이미 많은 이에게 사랑받는 배우이면서, 왜 출판사를 운영하는 걸까? 이에 대해 그는 “굉장히 재밌다”며 출판사를 운영하는 이유를 밝혔다. 재미있는 것을 만들어 남들에게 소개하는 걸 즐기는데, 영화는 제작비가 너무 많이 들고 책 정도면 만들어볼 수 있겠다 생각했다고. 첫 책을 낼 때는 자신의 인지도를 이용해 출판계에 쉽게 진입하지 않으려 일부러 배우 박정민의 출판사라는 것을 알리지 않았지만, 두 번째 책을 내면서부터는 자신을 믿고 글을 맡긴 작가들을 위해서라도 어떻게든 책을 알려야겠다는 쪽으로 생각이 바뀌었다고 한다. 사실 박정민은 에세이 『쓸 만한 인간』을 낸 작가이며, 적자를 감수하며 책방을 운영한 적도 있는, 연예계에서는 제법 알려진 애서가다. 그런 그에게 책의 형태로 하는 또 다른 창작인 출판은 매력적인 선택지이자 당연한 수순이었을지 모른다.
<전, 란> 속 박정민. [사진=넷플릭스]
박정민은 지난 10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전, 란>을 통해 관객들을 만났다. 조선 최고 무신 집안의 아들 종려 역을 연기한 그는 역시 본업 잘하는 배우답게 사극 말투와 칼을 다루는 액션 연기까지 자연스럽게 소화했다. 2024년에만 세 편의 작품에 참여했다는 그가 올해는 연기를 쉬고 출판사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을 전했다. 쉬지 않고 연기해 온 자신에게 이제는 ‘채집’의 시간이 필요하다며, 배우로서도 잘 나갈 자양분을 쌓고 출판사도 궤도에 올리기 위해 힘써볼 생각이라고. 앞으로 그가 무제를 통해 또 어떤 이야기들에 빛을 비출지 기대한다.
[독서신문 이자연 기자]
출처 : 독서신문(http://www.reader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