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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영·박수영 자매 ②

출처: https://topclass.chosun.com/news/articleView.html?idxno=33747#google_vignette


자매가 소울 메이트가 될 때 일어나는 일들




감정이 격하게 끓어오를 때도 있는데,

그 상태에서 글을 썼다가 안 올리는 경우도 있어요.

‘이건 내 감정이야. 동물에게 도움이 되지 않아’라고 서로 다독여요.

감정을 드러내는 것보다 동물에게 도움이 되는 게 더 중요하니까요.

《자매일기》를 쓴 것도 동물구호활동이

그렇게 무겁고 슬프지만은 않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서였어요.

(박소영)  

 

어딘가에라도 터뜨리고 싶은 순간이 있는데

터뜨릴 사람이 언니밖에 없을 때가 많아요.

서로 부둥켜안고 울 때도 있고요.

글을 쓰면서 그 감정과 순간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어요.

이 글이 읽는 사람들에게 아주 작은 균열이라도 만들기를 바라요.

(박수영)


예술과 영화에 조예가 깊어진 것도 동생 덕분이라고요?
(소영) “저는 수영이 추천해 준 영화와 음악을 보고 들으며 예술의 세계에 빠졌어요. 감동의 순간을 공유할 때가 많았죠. 지금은 예술 애호도 한 걸음 떨어져서 보려고 해요. 어떤 아름다운 장면, 이미지가 현재 세계에 눈을 가리게 될까 봐요.”
(수영) “전에는 뉴스나 영화 등의 영상을 아무 생각 없이 봤는데 지금은 그렇게 못 봐요. 동물을 함부로 대하는 영상이나 타자화한 이야기가 너무 많아요. 한 예로 도로를 질주하는 차량들 영상만 봐도, 저 순간이 동물에게 얼마나 위험한 상황일지 생각해요. 영화관에서 그렇게 괴로워하느니 차라리 밖에 나와서 애들 밥 주러 가는 게 더 마음이 편해요.”

서로가 서로에게 너무 좋은 파트너라고 느껴지는 게, 의문이 생겼을 때 그 논의를 함께 확장하고 연결해 더 나은 무언가를 생각하고 행동하는 데까지 이른다는 게 그렇습니다.
(소영) “저랑 동생이 이렇게 밖에서는 ‘언니 동생’ 하지만 둘이 있을 때는 그러지 않아요. 이름을 불러요. 아주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그랬어요. 나이 차이를 일상에서 의식할 일이 없었거든요. 어릴 때부터 아버지가 위계를 강조하지 않고 우리와 친구처럼 지내려고 하셨는데 그 영향이 있는 것 같아요.”
(수영) “책에도 썼지만 우리 유년 시절이 그렇게 평탄하지는 않았거든요. 그 시기를 함께 지나온 동지의식이 있는 것 같아요. 새벽에 같이 걸으면서 ‘우리 나중에 돈 많이 벌면’ ‘우리 나중에 좀 좋아지면’ 이런 이야기를 많이 나눴어요. 야망이나 꿈이 있어서가 아니라 현실을 잊고 싶어서요. 그런 시간이 언니에게는 슬픔으로 남았나 봐요. 언니는 지금도 제 이야기를 하면 자꾸 울어요.”  

자매라고 다 사이가 좋지는 않죠. 친할 수는 있지만 서로 비교하거나 시샘도 하고요. 두 분은 어땠나요?
(소영) “서로 경쟁하고 시샘하는 관계는 아니었어요. 저랑 동생이 네 살 차이가 나는데, 동생이 정말 재능이 많았어요. 제가 보기에 동생은 뭐든지 할 수 있는 아이였어요. 제가 사회에 나와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 일을 하잖아요. 어떤 사람은 좋은 지원을 받아서 자기가 가진 것보다 더 잘되기도 하는데, 수영이는 본인이 가진 것도 다 펼쳐보지 못한 것 같아서 안타까운 마음이 있어요.”
(수영) “엄마 얘기로는 언니가 처음부터 저를 그렇게 예뻐했대요. 한 번도 괴롭히거나 샘낸 적이 없대요. 다른 집도 다 그런 줄 알았는데 드문 일이더라고요. 언니는 어려서부터 공부도 잘했고, 집이 어려웠을 때는 가장 역할을 했어요. 저는 고민이 많고 단체로 어울리는 걸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학교 다니는 것도 힘들었는데, 엄마는 저를 걱정하셨지만 언니는 저에게 늘 괜찮다고 했어요. 학교 안 가고 싶으면 안 가도 된다고. 너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요. 저한테는 언니가 언니이면서 엄마이고 아빠이기도 했어요.” 

언니를 “내가 나를 의심할 때도 나를 믿어준 사람”이라고 적었죠.
(수영) “태어나면서부터 언니에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았던 것 같아요.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고요. 늘 저를 지지하고 응원해 줘요. 이유가 없어요.”
(소영) “동생은 제일 좋은 친구였어요. 학창 시절에 친구도 중요하고 마음 맞는 친구도 있었지만 동생은 그때도 가장 마음이 잘 맞는 대화 상대였어요.” 

안 싸우나요, 두 사람은?
(소영) “아휴, 싸워요. 왜 안 싸우겠어요. 근데 오래 못 가요. 싸워서 토라져 있다가도 좀 있다가 ‘언니! 석수(두 번째 고양이) 토했어!’ 하면 ‘뭐? 왜?’ 하고 가게 되는 거죠.”
(수영) “싸울 때 느꼈던 감정은 옅어지고, ‘얘가 왜 아플까, 병원을 가야 하나’ 생각하다 보면 서로 또 이야기를 나누게 돼요. 챙겨야 할 애들이 너무 많고 이 애들이 중심이 되다 보니까요. 둘이 서먹해져 있다가도 고양이들이 예쁜 행동을 하면 또 그것 때문에 웃게 됩니다. 무엇보다 언니랑 싸우면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은데) 뭘 할 수가 없어요.”  

“우리는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중요하다고 혹은 중요하지 않다고 여기는 것이 대부분 일치하고 필요한 분야에서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으며 상대가 가는 길을 진심을 다해 응원한다.”

박소영이 박수영에 대해 설명한 글이다. 함께 많은 일을 겪었지만 ‘지금’ ‘살리는 일’이 제일 중하다는 두 사람의 마음이 같다. 여름의 폭염과 겨울의 혹한, 쉴 새 없이 달려드는 자동차와 오토바이, 영역을 다투는 다른 동물과 이 모든 동물을 혐오하는 사람들. 눈떠보니 고양이였고, 태어나서 보니 길이었던 이들은 지금도 생명의 위협을 받는다. 

길고양이의 평균 수명은 2~3년이다. 원래 수명대로 산다면 15년은 살 수 있다. 길고양이가 쓰레기봉투를 찢는 이유는 시력 유지에 필요한 생선의 뼈(타우린 성분)를 먹기 위함이고, 살이 많이 쪄서 거대해진 길고양이는 염분 함량이 높은 음식물 쓰레기를 많이 먹어 몸이 부은 것이다. 하루하루가 먹이와 물을 얻기 위한 생존투쟁이며, 사람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 작은 보금자리를 찾아야 하는 유랑의 삶이다.* 그 모든 위험과 위협에서 생명을 지키기 위해, 그들의 권리를 옹호하기 위해 자매는 오늘도 끼니때마다 그릇에 밥을 채우고, 눈을 맞춘 동물의 안위를 살핀다. 동물을 보호할 생각이 없는 세계에서 이들은 최전선에 선 보호자다. 

박소영 기자와 만난 건 7년 만이었다. 《topclass》의 인터뷰어였던 이를 인터뷰이로 만났다. 《topclass》에 늘 새롭고 낯선 글을 쓰던 예술과 문화의 옹호자는 이제 《topclass》가 찾아가 만나고 싶은 동물과 생명의 옹호자가 되어 있었다. 어릴 적 자신과 유전자를 나누어 가진 작은 생명을 보호하려 했던 소녀는 커서는 자신과 연결된 모든 세계를 수호하고자 하는 큰 사람이 되어 있었다. 이 큰 사람은 자신과 꼭 닮은 파트너인 수영과 더불어 세계에 아주 작게 존재하려고 한다. 이들이 가진 무언가를 내려놓아야 누군가 고통과 굶주림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오직 고기 한 조각을 먹기 위해 생명으로부터 태양과 빛, 그리고 그가 살아서 볼 수 있는 세상을 빼앗는 이 비정한 세계에서 두 사람은 자신에게 주어진 생명과 시간, 마음과 자본을 오직 살리는 일에 쓴다. 그렇게 자매가 살려낸 세계, 하루 더 살게 된 지구 위에 우리가 서 있다.